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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사건이 제일 ‘흥미’로운가요? 예능이 돼버린 범죄 사건들 [TV, 범죄도시③]

미디어 세상이 그야말로 범죄 전성시대다. 방송사들은 범죄를 소재로 한 예능 프로그램을 론칭하고, 드라마는 범죄자에게 그럴싸한 서사를 부여하거나 ‘다크 히어로’라는 이름으로 범법행위를 정당화한다. 범죄의 내용을 심도 있게 탐구해 사회적 경각심을 높이겠다는 다큐멘터리는 때로 지나치게 사실적인 묘사로 모방범죄를 부추긴다는 비판을 받는다. 어딜가나 범죄가 나오는 TV는 마치 그 자체로 하나의 범죄도시가 된 듯하다. 일간스포츠는 ‘TV, 범죄도시’ 3부작을 통해 범죄가 오락거리로 전락한 현 상황을 짚어 보고, 나아갈 방향을 고민하고자 한다. #흥밋거리로 전락한 범죄사건들 “이 사건에서 흥미로운 점은…” 영화감독 장진은 ‘블랙: 악마를 보았다’(‘블랙’)에서 줄곧 이렇게 이야기한다. 채널A ‘블랙’은 국내 1호 프로파일러인 권일용이 출연하는 범죄 다큐 스릴러. 이 프로그램이 다루는 건 강호순과 같은 실제 강력 범죄자와 그들이 일으킨 사건이다. 프로그램 진행을 맡은 장진 감독은 때때로 사건의 ‘흥미로운 점’에 대해 이야기한다. 무고한 이들이 죽어 나간 사건에서 ‘흥미’를 운운하는 건 이 프로그램이 예능 프로그램이어서일까. 최근 들어 TV에 실제 범죄 사건을 다룬 예능 프로그램들이 범람하고 있다. SBS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 이야기’의 큰 성공이 도화선이 됐다. 2020년 6월 파일럿 프로그램으로 시작된 이 프로그램은 시청자들의 큰 반응에 힘입어 시즌 3까지 이어졌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이야기’는 세 명의 이야기꾼(장도연, 장현성, 장성규)이 국내 근현대사의 중요한 사건이나 현대에도 시사할 점을 남긴 사건들을 스스로 공부하고, 이를 자신의 친구들에게 일대일로 전달하는 방식을 취한다. 친구에게 이야기를 들려주는 듯한 대화형 콘셉트는 신선했고, 매회 프로그램이 던지는 메시지도 유효했다. 수지킴 간첩조작사건은 국가가 이데올로기를 공고히 하기 위해 한 개인의 인생을 얼마나 처참하게 무너뜨릴 수 있는지를 조명함으로써 여전히 남아 있는 유가족들의 상처를 보듬었다. 카사노바 박인수의 사건을 통해서는 터무니없었던 정조 관념을 통해 여전히 자행되고 있는 성범죄 피해자들에 대한 2차 가해를 생각해 보게 했다. 2인조 카빈 강도 사건은 아이의 생사 결정권을 부모가 가졌다고 생각하는 듯한 ‘동반 자살’이라는 단어에 대해 고민하게 했다. 사건의 실체를 파헤치고, 공개수사에도 도움을 주는 SBS 시사 프로그램 ‘그것이 알고 싶다’처럼 범죄 예능 프로그램도 이렇게 하나의 유익한 장르로 자리매김하는가 했다. 하지만 tvN ‘알아두면 쓸데있는 범죄 잡학사전’, E채널 ‘용감한 형사들’, MBC에브리원 ‘장미의 전쟁’ 등 곳곳에서 범죄를 전면에 내세우거나 주요 소재로 한 예능 프로그램들이 쏟아지기 시작하면서 점차 그 성격이 변질되기 시작했다. 범죄를 통해 경각심을 깨우고 사회에 의미 있는 메시지를 전달하겠다는 의도와 달리 ‘누가 더 자극적인 타이틀을 뽑는가’, ‘누가 더 잔혹한 범죄를 들고 왔는가’의 경쟁 구도처럼 보이게 됐기 때문이다. 실제 동영상 사이트 유튜브에서 ‘범죄’나 ‘실화 범죄’를 검색하면 개인 유튜버들이 올린 영상 외에도 ‘경찰들도 경악했다! 변태 성향을 지닌 사이코패스 살인마’(디스커버리 채널 코리아), ‘1,300명을 홀린 여자? 김영준의 덫’(MBC 실화 On), ‘충.격.분.노 인천 여중생 집단 성폭행 사건’(실화 On), ‘14세 소년의 친동생 손도끼 살해 사건’(tvN), ‘추락 당시 손목이 청테이프로 묶여 있었다?’(그것이 알고 싶다) 등 사건의 자극적인 부분을 극대화한 제목과 섬네일들을 다수 확인할 수 있다. ‘ㄷㄷ’(덜덜 떨린다는 뜻)과 같은 인터넷 용어를 사용한 영상도 볼 수 있었다. 실제 범죄를 얼마나 가볍게 다루고 있는가를 실감하게 하는 대목이다. #스낵컬처 다루듯 경각심 없어 남들보다 빠르게 소재를 선점해야 하다 보니 실수도 나온다. ‘블랙’의 경우 지난달 방송에서 살인범 고유정의 수사 시 휴대폰기지국의 초동수사가 잘못됐다는 내용을 방송에 냈다가 시청자 게시판을 통해 “사실과 다른 부분이 있다. 수사팀의 명예가 훼손되지 않기 바란다”고 입장을 정정했다. 15세 관람가인 ‘블랙’의 시청자 게시판에는 “사람 XX낼 때 사용하는 기계도 보인다. 정신적으로 성숙하지 않는 청소년들에게 안 좋을 것 같다”, “이런 프로그램을 만드는 목적이 뭐냐”, “자극적인 이야기를 하려는 것뿐인 것 같다”는 의견이 다수 올라와 있다. 그중에는 “강호순 연기한 배우 연기가 신들린 것 같았다”, “정남규(연쇄 살인마)는 언제 나오냐” 등 흥미에 집중한 글들도 보인다. ‘냉철한 시각으로 범죄자들의 이야기를 분석해 추악한 민낯을 밝힌다’는 제작의도가 무색해 보이는 부분이다. ‘블랙’과 함께 범죄 예능 후발 주자인 ‘용감한 형사들’ 역시 자극적이라는 비판을 피하지 못하고 있다. 보험금을 노리고 아내를 살해한 남편의 사연을 다룬 영상 섬네일에는 ‘알몸사진 뿌림’, ‘이틀 연속 여중생과’라는 등의 자극적인 문구들이 담겨 있고, 화성 육절기 살인사건을 다룬 영상의 섬네일에는 ‘고기와 뼈를 자르는 기계’라는 자세한 설명이 쓰여 있다. 끔찍한 범죄로 목숨을 잃은 고인과 유가족에 대한 배려가 아쉽다는 반응이 나올 수밖에 없다. 특히 ‘용감한 형제들’은 송은이, 이이경, 안정환 등 전문 방송인을 포함해 형사, 교수 등 여러 직군의 패널이 등장해 사건을 추측하는 방식으로 전개되는 점이 더 큰 문제다. ‘용감한 형제들’은 이미 결론이 난 사건을 두고 “시신을 훼손해서 박스에 담아 실은 것 아니냐”, “마약 주사 후 억지로 술을 마시게 한 것 아니냐”는 등 자극적인 추측을 하는 장면을 고스란히 방송에 내보낸다. 이 과정에서 이이경 등 출연자는 흥미롭다는 듯 미소를 띠며 사건 설명을 해 시청자들의 빈축을 사기도 했다. 범죄 예능 프로그램의 소재는 가상의 인물이 아닌 실제 사람이다. 이미 목숨을 잃은 피해자들은 자신이 TV 프로그램에 출연할지 여부도 결정할 수 없다. 때문에 이 사건을 다루는 이들은 그 어느 때보다 신중해야 하며, 이 방송에 사회, 그리고 남겨진 지인과 유가족들에게 미칠 영향을 반드시 고려해야 한다. 범죄가 시청률과 클릭 장사에 사용되는 세상. 범죄 예능 프로그램은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 유가족의 트라우마 자극이라는 오명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방송사의 책임감 있는 태도가 요구되는 때다. 정진영 기자 chung.jinyoung@joongang.co.kr 2022.05.02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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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인함에 별점 매기는 OTT 다큐 속 실제 범죄 [TV, 범죄도시②]

미디어 세상이 그야말로 범죄 전성시대다. 방송사들은 범죄를 소재로 한 예능 프로그램을 론칭하고, 드라마는 범죄자에게 그럴싸한 서사를 부여하거나 ‘다크 히어로’라는 이름으로 범법행위를 정당화한다. 범죄의 내용을 심도 있게 탐구해 사회적 경각심을 높이겠다는 다큐멘터리는 때로 지나치게 사실적인 묘사로 모방범죄를 부추긴다는 비판을 받는다. 어딜가나 범죄가 나오는 TV는 마치 그 자체로 하나의 범죄도시가 된 듯하다. 일간스포츠는 ‘TV, 범죄도시’ 3부작을 통해 범죄가 오락거리로 전락한 현 상황을 짚어 보고, 나아갈 방향을 고민하고자 한다. 넷플릭스가 5월 18일 새로운 실제 범죄 기반의 한국 오리지널 다큐를 내놓는다. 넷플릭스의 선택은 대한민국을 뒤흔들었던 ‘N번방 사건’이다. ‘사이버 지옥: N번방을 무너뜨려라’는 N번방 사건을 맞닥뜨린 기자, PD, 경찰 등 24명을 인터뷰해 범죄 실체를 밝히며 가해자들이 경찰에 체포되기까지 과정을 다룬다. 넷플릭스는 지난 2018년부터 ‘마이클 조던: 더 라스트 댄스’, ‘리턴 투 스페이스’ 등 본격적으로 오리지널 다큐 제작에 뛰어들며 흥행작을 만들어냈다. 이렇게 만들어진 다큐들은 전보다 가벼운 소재와 자극적인 화면을 통해 ‘다큐멘터리는 지루하다’는 상투적 이미지에서 벗어났다는 평가를 받았다. 다큐의 명가로 부상하고 있는 넷플릭스의 다큐멘터리 홈에는 ‘실제 범죄 다큐 시리즈’라는 카테고리가 따로 있을 정도로 범죄 실화를 기반으로 제작된 오리지널도 다수다. 이 작품들은 높은 시청 순위를 기록하며 뜨거운 인기를 모으고 있다. 넷플릭스가 만들어내는 실제 범죄를 재구성한 다큐들은 ‘적나라함’을 선택했다는 특징을 가진다. 범죄 사건을 다뤘던 기존 프로그램들보다 더 자극적이고 잔인하게 범죄 현장을 그리는 방식으로 변화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공개된 ‘레인코트 킬러: 유영철을 추격하다’(‘레인코트 킬러’)는 한국사회에 큰 충격을 안긴 유영철 연쇄살인사건을 당시 수사에 참여했던 일선 형사들과 권용일 프로파일러, 이수정 경기대 교수 등의 전문가들, 피해 유가족의 인터뷰를 통해 추적한 넷플릭스 오리지널 다큐다. 이 다큐는 방대한 인터뷰와 함께 유영철의 1인칭 관점으로 사건을 재연한 방식을 채택했다. 유영철이 직접 한 말을 읊은 내레이션은 그가 피해자를 골목길에서 따라가고 살인을 재연하는 장면 위로 깔리며 공포감을 불러일으킨다. 실제 현장 사진의 혈흔을 그대로 보여주기도 한다. 이런 적나라함은 ‘레인코트 킬러’에만 적용되지 않는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다큐 ‘이블 지니어스’는 2003년 미국에서 벌어진 잔인한 은행 강도 사건, 피자 배달부 브라이언 웰스의 살인 사건을 다뤘다. 모두 4편으로 구성된 이 다큐멘터리는 뉴스 자료 영상과 실제 용의자들의 인터뷰를 통해 사건을 재구성했다. ‘이블 지니어스’에는 목에 시한폭탄이 설치된 피해자가 경찰과 대치하던 상황에서 폭탄이 터져버리는 장면이 그대로 나온다. 피해자의 음성과 당시 장면이 여과 없이 드러나며 심지어 여러 차례 반복해 보는 이에게 충격을 안긴다. ‘고양이는 건드리지 마라: 인터넷 킬러 사냥’(‘고양이는 건드리지 마라’)은 잔인하기로 손꼽히는 넷플릭스 오리지널 다큐 중 하나다. 새끼 고양이 2마리를 진공 압축팩에 넣고 죽이는 영상을 올린 남자의 정체를 밝히는 네티즌 수사대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이 다큐는 충격적인 사건을 재구성하는 과정에서 범인이 고양이를 압축팩에 넣어 죽이는 장면, 이후 죽은 고양이를 가지고 노는 장면을 고스란히 공개했다. 겉으로는 범인을 추적하는 과정을 따라가고 있지만, 이를 위해 사용된 영상들이 지나치게 잔인한 수위라 지적을 받았다. 그간 영화나 TV 프로그램으로 제작된 실제 범죄 기반의 다큐들은 저널리즘의 성격을 가져왔다. 이 같은 프로그램들이 공개수배에 활용되거나 미제사건의 해결을 촉구하는 방식으로 활용된 경우도 많다. 방송 심의 기준에 의거, 모방의 가능성을 고려해 범죄의 과정이나 범죄 조직의 활동 내용을 직접적으로 다루지는 않는다는 것도 실제 사건을 다룬 기존 다큐의 특징이다. 그러나 ‘레인코트 킬러’, ‘이블 지니어스’, ‘고양이는 건드리지 마라’를 포함한 여러 넷플릭스 오리지널 다큐에서는 잔인한 범죄 현장이 심심치 않게 보인다. 넷플릭스 이용자들의 다큐 추천 코멘트들을 보면 이러한 범죄 다큐멘터리들의 잔인함에 별점을 달아 놓은 경우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범죄의 내용을 구체적이고 사실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과연 그 부작용을 뛰어넘는 사회적 가치를 가지는지 의구심이 들게 하는 지점이다. 이렇듯 지나치게 잔인한 범죄 현장을 담은 다큐의 등장은 시청자로 하여금 실제 범죄 현장이나 재연 장면을 단순한 공포 자극의 콘텐트로 소비하게 할뿐더러 모방범죄에 대한 우려를 낳는다. OTT 오리지널 다큐들의 실제 범죄를 다루는 과정이 다큐의 사회적 가치라는 본질을 흐리고, 사건을 범죄자 중심으로 서술해 사건의 피해자와 그 가족들을 지운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는 이유다. 서가연 인턴기자 2022.04.29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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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린도 TV도 범죄가 점령했다 [TV, 범죄도시①]

그야말로 범죄 전성시대다. 방송사들은 범죄를 소재로 한 예능 프로그램을 론칭하고, 드라마는 범죄자에게 그럴싸한 서사를 부여하거나 ‘다크 히어로’라는 이름으로 범법행위를 정당화한다. 범죄의 내용을 심도 있게 탐구해 사회적 경각심을 높이겠다는 다큐멘터리는 때로 지나치게 사실적인 묘사로 모방범죄를 부추긴다는 비판을 받는다. 어딜가나 범죄가 나오는 TV는 마치 그 자체로 하나의 범죄도시가 된 듯하다. 일간스포츠는 ‘TV, 범죄도시’ 3부작을 통해 범죄가 오락거리화된 현 상황을 짚어 보고, 나아갈 방향을 고민하고자 한다. 영화 ‘범죄도시’가 전편의 흥행에 맞춰 속편으로 돌아온다. 괴물형사 마석도(마동석 분)가 빌런 강해상(손석구 분)을 잡기 위해 펼치는 ‘범죄도시2’는 베트남까지 배경을 확대해 더 커진 스케일을 예고했다. 올해 한국 영화 1호 개봉작이었던 ‘경관의 피’부터 개봉을 앞둔 ‘더러운 돈에 손대지 마라’ 등 범죄가 주요 소재인 영화들이 줄이어 개봉하거나 개봉을 앞두고 있다. 지난 1월 개봉한 ‘경관의 피’는 출처 불명의 후원금으로 고급 빌라, 외제차를 누리는 박강윤(조진웅 분)과 그의 뒤를 캐기 위해 몰래 잠입한 언더커버 경찰 최민재(최우식 분)의 이야기를 다뤘다. 더 큰 수사를 위해 마약 등 범죄를 눈감는 형사가 등장, 회색지대에 놓인 정의를 표현했다. 지난달 개봉한 영화 ‘뜨거운 피’는 부산 변두리 포구 구암의 실세 희수(정우 분)와 그곳에서 살아남기 위한 밑바닥 건달들의 치열한 생존을 다룬 작품이다. 공권력의 개입이나 화려한 액션신은 지양한 대신 주먹 속 오가는 카타르시스를 노렸지만, 범죄를 일삼는 조폭들을 미화한다는 비판은 피할 수 없었다. 드라마의 사정도 크게 다르지 않다. 그동안 주로 케이블 채널에서 볼 수 있었던 범죄 소재 드라마들이 지상파에서도 눈에 띄게 많아졌다. ‘트레이서’는 경제사범을 잡기 위해 더 독하게 범죄 행각을 고발하는 조세 5국의 이야기를 다뤘으며, ‘악의 마음을 읽는 자들’은 국내 1호 프로파일러 권일용을 모티브로 실화를 바탕으로 한 범죄를 다루며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19세 등급을 부여받았다. 범죄가 드라마들의 주 소재로 사용되며 우려의 시선도 함께 커졌다. 범죄라는 소재가 남용될 경우 자칫 범죄에 서사를 부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악덕 체납자들에게 세금을 징수하게 하기 위해 사기꾼과 손을 잡은 시청 세금징수 과장과 정의를 위해 과격한 방법을 내세운 검사를 주인공으로 내세웠던 ‘38사기동대’와 ‘나쁜 녀석들’ 시리즈는 범죄를 정당화한다는 비판을 받은 바 있다. 다크 히어로는 또 다른 문제점이다. 범죄를 정의의 힘으로 처단한다는 고전 서사에서 탈피, 법에 구애받지 않고 악을 처단하는 류의 작품들이 최근 유독 많아졌다. 자칫 범죄를 처단하는 게 아니라 ‘범죄라는 수단을 사용하는 것’을 정당화하게 될 수 있다는 걱정을 피하기 어렵다. ‘빈센조’가 대표적이다. ‘빈센조’는 빌런들의 카르텔을 무너뜨리기 위해 ‘눈에는 눈 이에는 이’ 방식으로 사회악을 처단하는 빈센조(송중기 분)와 금가프라자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리며 시청자들에게 사이다를 선사했다. 최근 종영한 ‘군검사 도베르만’ 역시 돈 때문에 군검사가 됐지만, 이후 피해자들과 손을 잡으며 악인을 향한 복수를 펼친 도배만(안보현 분)의 활약을 그리며 시청자들의 응원을 받았다. 앞서 ‘모범택시’ 역시 성범죄를 저지르고도 심신미약으로 감형받은 성범죄자 이야기, 지적장애인에 대한 인권유린, 음란물 불법 유통 등 현실과 맞닿아 있는 사건들을 해결하는 무지개 운수 사람들의 복수를 그리며 통쾌함을 선사했다. 이 작품들은 모두 범죄자가 법의 심판을 받게 하는 것보다 ‘복수’에 무게감을 뒀다. 법의 심판대에 범죄자를 세우는 것보다 통쾌하지만, 그 방식에 대한 의문이 들지 않을 순 없다. ‘모범택시’를 연출한 박준우 감독은 제작발표회에서 “단지 받은 만큼 갚아주는 게 아니라 범죄의 싹을 자르는 통쾌함과 정의 실현이 있다”며 “학교폭력, 성착취 동영상 사건 등 완벽한 정의가 이뤄지지 않는 울분과 아쉬움을 녹여냈다. 범죄 피해자들이 왜 억울한 고통을 당하는지 묘사와 설명을 작품에 잘 녹여낼 수 있도록 노력했다”며 복수에도 철학이 있음을 강조했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장르물의 소비가 많아지며 범죄 스릴러도 많이 나오고 있다. 최근 사람들이 범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직업 세계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는 장르물에 관심이 많아진 것을 이유로 꼽을 수 있다”며 범죄 스릴러 장르의 흥행 이유를 설명했다. 이어 “범죄 스릴러물의 높은 자극성을 줄이기 위해 제작자는 범죄 사건을 다루는 이유를 설명해야 한다. 또한 가해자의 시선에서 상황을 보여주는 범죄 스릴러는 실제 피해를 겪은 사람들에게 충격을 줄 수 있기에 범죄를 다루는 진정성과 메시지가 작품에 드러나야 하며 감수성 있는 접근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이세빈 인턴기자 2022.04.28 0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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